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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 e-야기] 송광사 사천왕상, 그 위엄과 순진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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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

[문화유산 e-야기] 송광사 사천왕상, 그 위엄과 순진의 세계

[문화유산 e-야기] 송광사 사천왕상, 그 위엄과 순진의 세계 조삼래/기자 우리나라 산사 가는 길이 대개 그러하듯이 순천 송광사를 가기위해서는 약간의 경사가 있는 숲길을 걸어야 하는 수고로움이 따른다. 그러나 나뭇가지들이 좌우에서 길게 뻗어 맞닿아 하늘의 홍예교(虹霓橋: 무지개다리)를 이루고 있는 듯한 숲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더운 날씨에도 소쇄하고 청명한 기운이 느껴지며 마음과 몸이 한결 가벼워진다. 산사의 숲길은 사바중생의 속진을 털어내는 불자(拂子-먼지떨이. 우리나라에서는 선종의 중이 번뇌와 어리석음을 물리치는 표지로 지닌다고 함)가 아닌가 싶다. 계곡의 경쾌한 물소리를 따르다 보면 어느새 일주문이 나타난다. 이 일주문을 지나면 왼편으로 맑은 시냇물에 둘러싸인 송광사가 모습을 조금씩 드러낸다. 명경(明鏡)처럼 투명하면서도 잔잔하게 주위 풍경을 담고 있는 시내 위로는 아담한 무지개다리(홍예교)가 놓여있다. 질박하면서도 멋스러운 이 홍예교는 인공이면서도 인공이 아닌 듯 주변의 자연풍광과 절묘한 조화를 이루어 낸다. 홍예교 위로 우화각(羽化閣)이 세워져 있는데, 저 다리에 오르면 ‘우화(羽化)'라는 명칭처럼 몸과 마음이 깃털처럼 가벼워질 것만 같다. 조삼래/기자 우화각을 건너면서 신심을 한 번 더 정화(淨化)시키고 마주하는 곳이 천왕문(天王門)이며 이 천왕문에 이 글에서 소개하고자 하는 사천왕상(四天王像)이 모셔져 있다. 사천왕은 수미산의 사방위(四方位)를 지키는 왕으로 불법의 세계를 수호하는 호법신(護法神)이다. 불법(佛法)의 세계를 지킨다는 의미를 취하여 지배자들에게는 호국(護國)의 신으로, 민간에게는 참회멸죄(懺悔滅罪)를 성취시키는 신으로 받아들여져 신앙되어졌다. 사천왕이 지닌 호국적 성격으로 외적의 침입이 많아 사회가 불안했던 때 그 신앙이 성행하였는데, 임진왜란 이후 인조대에 많은 사천왕상이 조성되었으며 특히 조선후기 사천왕상은 임진왜란 당시 의승군(義僧軍)이 일어났던 사찰에 주로 세워졌다고 한다. 순천 송광사 천왕문에 있는 사천왕상 역시 이러한 역사적 배경을 지니고 있다. 천왕문이 1612년 중창되고 사천왕상은 1628년 다시 만들어졌는데(重造) 이 때 벽암각성(碧巖覺性) 대사가 큰 영향을 미쳤다. 벽암각성 대사는 부휴선수(浮休善修)의 수제자로서 임진왜란 때 공을 세워 판선교도총섭에 임명되고 이후 팔도도총섭의 지위에 있으면서 병자호란이 일어났을 때 의승군을 모집, 항마군을 조직했던 의승군장이었다. 천왕문에 들어서서 경내를 향해 오른쪽 바깥 편으로 있는 상이 동방을 수호하는 천신인 동방지국(持國)천왕이다. 이 천신은 국토를 지키고 중생을 평안하게 한다는 의미를 지닌다. 그 맞은편에 남방을 지키는 천신이 있는데 중생의 이익을 더욱 길고 넓게 증장시켜준다고 하여 존명이 남방증장(增長)천왕이다. 남방증장천왕 뒤편으로 서방광목(廣目)천왕이 위치한다. 이 천왕은 수미산 서쪽의 수호신이며 세 개의 눈을 가지고 널리 보고 모든 것을 아는 전능한 신으로 받아들여진다. 이 서방천왕의 맞은편에 위치하고 있는 상이 북방의 수호천신이자 많이 듣고 널리 듣고 두루 듣는 천왕인 북방다문(多聞)천왕이다. 그런데 각 존위는 동서남북이 아닌 동→남→서→북의 방위개념으로 위치하고 있다. 동서남북이 방위를 서로 반대개념, 즉 대칭으로 짚은 것이라면 동남서북은 원으로 짚은 것이다. 해뜨는 동쪽에서 출발하여 해가 점점 길어지고 밝아지는 남쪽으로, 다음은 해가지는 서쪽으로, 캄캄한 어둠의 북방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이처럼 동남서북의 방위개념에는 우주의 자연이 주는 생체방위의 평화와 순리가 깃들여 있다. 각 사천왕들은 높이와 폭이 각각 3.5m에 이르는 거대한 규모로 천왕문에 들어선 이들의 기선을 제압한다. 한 여름에도 그늘지고 왠지 음습한 기운을 주는 천왕문 내부는 더욱 두려운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거기에 이글이글 타오르는 듯한 툭 불거진 눈에 어린아이 얼굴만한 주먹코, 험악하게 찌푸린 표정, 거대한 몸체와 위압적인 몸동작, 알록달록 극채색을 하고 있는 사천왕상의 형상은 죄진 것도 없이 엄마의 치마폭에 얼굴을 묻고 싶은 충동을 준다. 이처럼 송광사 사천왕상은 분노형의 얼굴을 한 위협적인 무장상(武將像)으로, 수호신으로서 사천왕의 강력한 위엄과 용맹을 돋보이게 표현하고 있다. 그런데 극과 극은 통한다고 했던가. 잠시의 두려움을 떨쳐내고 각 상을 주의 깊게 살펴보면 그토록 기괴하고 험상궂은 모습 속에서 어린아이와 같은 ‘순진’이 엿보인다. 부라린 눈과 애써 우락부락 찌푸린 표정에 오히려 익살이 가득하다. 왼손은 허리를 짚고 오른손에는 번뜩이는 칼을 쥐고서 금방이라도 휘두를 듯 역동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는 동방지국천왕은 붉게 달아오른 얼굴에 푸르른 눈썹을 한껏 치켜 올리고서 커다란 눈동자를 아래로 부라리며 양미간에 주름을 잔뜩 찌푸리고 갈래갈래 뻗은 수염 아래로 윗니만 드러나도록 아랫입술을 꽉 물고 있는 모습을 하고 있다. 위협적인 무기인 칼을 지니고 있기에 다른 상보다도 더욱 험악하고 기괴하게 표현되었으나 오히려 이 같은 얼굴모습에서 해학적이고 인간적인 면모가 돋보인다. 그 표정과 취세에 나타난 호기롭고 걸걸한 기상에서 한 동이의 술을 마시고 기분 좋을 정도로 취기에 오른 『 삼국지 』의 장비가 연상되기도 하고, 장난기 가득한 어린아이의 순진무구한 얼굴이 떠오르기도 한다. 우리 미술의 장처는 이처럼 무궁한 상상의 여지가 존재한다는데 있을 것이다. 동방지국천왕 다음으로 기괴한 모습을 한 천왕은 서방광목천왕이다. 거무스름한 낯빛에 녹색 눈썹과 수염이 인상적인데, 두 눈을 크게 위로 치켜뜨고 사바 중생에게 전하고픈 불법이 많은지 입을 ‘아아’ 하고 한껏 벌리고 있다. 두툼한 오른 손으로 당(幢)을 강건하게 쥐고 허리를 짚은 왼손에는 호랑이를 붙들었다. 사천왕의 손가락만한 호랑이의 애처로운 눈망울과 신음하는 듯한 입을 바라보노라면 조선 산천을 돌아다니며 뭇 백성을 두려움에 떨게 하던 산신령 호랑이의 위엄도 잊혀지고 마냥 귀엽다는 생각에 피식하고 웃음이 새어 나온다. 남방증장천왕과 북방다문천왕은 살구 빛 얼굴에 희끗희끗한 구름 같은 눈썹과 수염을 하고 있어 그런지 앞의 두 상보다 훨씬 인간적인 면모를 보이며 왠지 사색적이기까지 하다. 낮’과 ‘밤’이란 인간 아니 우주의 생명에게 중요한 세계를 관장하기에 더욱 친근한 모습인가... 남방증장천왕은 낮 동안 활발하게 움직이는 중생들의 모습을 하나라도 놓칠 새라 주의 깊게 관찰이라도 하는 것인지 입을 한일자로 굳게 다물고 시선을 아래로 향하고 있다. 크게 부릅뜬 두 눈은 위협적이기 보다는 오히려 몽상적이고 애절하기까지 하다. 용을 움켜진 오른 손은 비장미마저 감돈다. 사바세계의 고통과 비애라도 보았는지... 송광사 사천왕상의 백미는 두 눈을 지그시 내려 감고서 살포시 미소 짓고 있는 북방다문천왕이 아닌가 한다. 조용히 내려깔리는 어둠이 인간세계를 포용하여 새로운 활력과 생기를 불어넣듯 북방다문천왕은 무시무시한 괴력의 소유자라고 믿기지 않는 온화하고 자비로운 모습으로 고해(苦海)인 현실세계 중생들의 남모르는 고통과 염원을 들어주고 있는 것만 같다. 명상적인 표정과 편안하게 좌정하여 비파를 연주하고 있는 모습은 수미산의 수호신보다는 부처님의 자비를 비파의 아름다운 선율로 사바세계에 전하는 음유시인이라고 해야 적격일 듯싶다. 비파는 천왕의 넓적하고도 거대한 손에 살포시 들려졌는데 유려한 곡선과 금방이라도 ‘투웅’하고 튕겨질 것만 같은 팽팽한 현이 절묘하다. 비파를 연주하는 투박한 손, 중생의 염원을 담은 선율을 지그시 듣고 있는 얼굴의 모양은 꾸밈이 없고 순수하다. 바로 순진(純眞)의 모습이다. 순천 송광사의 동·남·서·북을 수호하고 있는 이들 사천왕상은 균형 잡힌 비례에 표현이 정교하며 입체감과 생동감이 두드러지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처럼 뛰어난 조형성 속에 수호신으로서 갖춰야할 위엄과 함께 인간적인 정서, 특히 한국적인 정서를 간직하고 있기에 보는 이에게 더욱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작가 최명희는 『 혼불 』에서 범련사의 사천왕상에 대해 설명하며 승 도환의 입을 통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는데, 이는 순천 송광사 사천왕상이 보여주는 세계와도 부합되기에 인용하면서 이 글을 마칠까 한다. “우리나라 사천왕들은 저렇게 웅장한데다가 채색이 현란하여 자칫 무서운 생각이 들게 하기 쉽겠지만 … 그 얼굴은, 분노상인데도 불구하고 너무나 무구한 애기 같으십니다. 그것은 놀라운 일이지요. 이 민족의 근본심성이 그대로 담긴 얼굴이 그처럼, 우락부락한 표정을 지어도 결국 순진을 감출 수가 없는 눈빛과 입모양으로 드러나는 것입니다. 손에도 몸에도 어진 기가 후북하게 배어 나오고...” ※ 참고로, 순천 송광사 사천왕상은 보물 제1467호(2006.04.28.)로 지정되었으며 지정명칭은 ‘순천 송광사 소조 사천왕상’ 이다.